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복수는 나의 것’(2002) – 선의와 절망이 뒤섞인 비극, 복수는 누구의 것도 아니다

by 곰돌이아재 2025. 5. 15.
반응형

복수는 나의것 포스터


영화 정보

  • 감독: 박찬욱
  • 출연: 송강호, 신하균, 배두나, 임지은
  • 장르: 범죄, 스릴러, 드라마
  • 개봉: 2002년
  • 러닝타임: 121분
  • 트릴로지: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
  • 특징: 도발적인 서사와 미학적 잔혹함, 인간 내면의 분열과 절망을 그리는 리얼리즘

줄거리 – 모든 것이 선의에서 시작된, 돌이킬 수 없는 지옥의 굴레

청각장애를 가진 청년 **류(신하균)**는
심장병을 앓는 누나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장기 밀매 조직에 신장을 팔기로 결심하지만,
모든 돈과 신장을 빼앗기고 버림받는다.

누나의 수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태.
절박해진 류는 여자친구 **영미(배두나)**와 함께
자신을 해고한 회사 사장의 딸을 납치해
몸값으로 수술비를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 계획은
작은 불행과 실수가 겹치며
되돌릴 수 없는 비극으로 번진다.
아이의 죽음, 누나의 자살,
그리고 그 모든 사건의 뒤를 쫓는
**아버지 동진(송강호)**의 복수.

각자의 상처, 각자의 이유.
누구도 악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복수의 주체가 되어간다.


리뷰 – 선의에서 시작된 비극, 그 누구도 구원받지 못하는 복수

‘복수는 나의 것’은
정의로운 분노도, 통쾌한 응징도 존재하지 않는 복수극이다.
영화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도를 애초에 허물어버리고,
모든 인물을 서로의 불행한 선택의 결과로 얽히게 만든다.

이 영화에서 복수는 정의가 아니라
절망의 발로이며, 고통의 순환고리다.
박찬욱 감독은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얼마나 무너질 수 있는지를
잔인할 정도로 담담하게,
때로는 냉소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장면 구성과 편집의 리듬은
극단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순간에도
감정을 이입하기보다
관객이 ‘그 상황을 마주하게’ 만든다.

이 영화의 폭력은
자극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무력함과 무감각의 반영이다.


류와 동진 – 선과 악이 뒤섞인 복수의 그림자

는 절대 악인이 아니다.
그는 누나를 살리려 했고,
마지막까지 아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의 미숙한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고,
그는 그 죄의식과 슬픔 속에서 서서히 파괴된다.

동진은 피해자이다.
사랑하는 딸을 잃은 그는
자신의 방식대로 응징을 시작하지만,
그 과정 역시 비틀리고 잔혹하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서로에게 복수하지만,
그 결과 누구도 해방되지 못한다.

복수는 누구의 것도 아닌 것처럼,
상처도 결국 모두의 것이 되어버린다.


사회적 절망감과 박찬욱의 시선

‘복수는 나의 것’은
단순히 개인의 비극만을 말하지 않는다.

청년 실업, 장기 매매, 의료 불평등, 장애에 대한 사회적 시선,
노동자의 해고와 무력한 저항.
영화 곳곳에는
2000년대 초반 한국 사회의 모순과
그 안에서 밀려나는 약자들의 초상이 그려진다.

박찬욱은 그 현실을 거창하게 고발하지 않는다.
다만 등장인물들의 선택과 붕괴 속에
그 사회의 얼굴을 은밀하게 드러낸다.

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무관심이 만든 산물처럼 다가온다.
그래서 더 아프고, 더 현실적이다.


결론 – 복수는 나의 것인가, 우리의 것인가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제목은
명백히 성경에서 유래한 구절이지만,
영화는 신의 존재도, 도덕의 회복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말은
복수는 인간의 감정이지만,
그 책임도 결국 인간의 몫이라는 냉정한 선언
처럼 들린다.

이 영화는
감정을 위로하지도, 방향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그저 인간이 어떤 지점에서
무너지고, 망가지고, 스스로를 파괴하게 되는지를
잔인할 만큼 아름답고 차가운 시선으로 기록한다.

복수는 나의 것.
그러나 그 끝에는 아무도 남지 않는다.

박찬욱 감독이 그리는 복수의 시작은
이처럼 인간의 가장 비참한 감정에서 태어난다.
그리고 그 감정은 관객에게
오래도록 잔상처럼 남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