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보
- 감독: 이와이 슌지
- 출연: 찬(CHARA), 이세야 유스케, 안도 마사노부, 아리아
- 장르: 드라마, 판타지, 범죄, 음악
- 개봉: 1996년
- 러닝타임: 148분
- 특징: 가상의 도시 ‘엔(円)타운’을 배경으로 한 실험적인 세계관, 다국적 언어와 음악이 결합된 독특한 스타일
줄거리 – 돈이 지배하는 도시, 그리고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
가까운 미래,
일본 엔화의 가치가 세계 최고가 되자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이민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몰려든다.
이민자들은 일본에서 ‘양공주’라 불리며
차별과 멸시 속에 살아가는데,
그들이 모여 형성한 이민자 도시 **‘엔타운’**은
혼돈과 자유, 범죄와 희망이 뒤섞인 공간이다.
그곳에서 ‘구리코(CHARA)’라는 여성과
이름조차 없던 한 소녀(아게하)는
우연히 가족처럼 연결되며
자신들만의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간다.
하지만 ‘엔’의 힘은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한때의 평화도
돈과 권력, 배신과 욕망 앞에서
서서히 무너져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이름 없는 소녀는 조금씩 성장하고,
자신만의 정체성과 감정을 찾아가며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
또 기억하게 된다.
리뷰 – 도시, 돈, 정체성… 혼란 속에서 피어난 감정의 나비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중에서도
가장 역동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다.
몽환적인 감성, 슬로우 컷, 투명한 빛의 사용으로 유명한 그의 스타일과는 다르게,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칠고 지저분하며, 속도감 있는 카메라 워크로 시선을 휘어잡는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이야기의 배경인 ‘엔타운’은
정돈되지 않은 도시, 질서보다 생존이 우선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그곳을 살아가는
무국적 이민자들의 현실을
잔인하게 포장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연대와 감정, 그리고 잃어버린 꿈을
지극히 감성적인 시선으로 풀어낸다.
특히 영화 속에서
일본어, 영어, 중국어, 한국어 등이 마구 섞여 나오는데
그 언어들이 혼재되어 있어도
‘사랑’, ‘배신’, ‘상실’의 감정은 통한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준다.
구리코와 아게하 – 이름과 가족, 그리고 존재의 의미
구리코는 이 영화의 상징적 인물이다.
성매매를 하며 살아가지만,
누구보다 주체적이고 강하며,
자신보다 약한 이를 본능적으로 품을 줄 아는 사람이다.
그녀에게 있어
‘가족’은 피가 아니라 감정의 연결이고,
‘집’은 주소가 아니라 함께 있는 마음이다.
그녀가 이름도 없고 말도 제대로 못 하던 소녀에게
‘아게하(호랑나비)’라는 이름을 붙여준 순간,
그들은 서로의 공허한 현실을 메워주는 존재가 된다.
아게하는 성장하고,
구리코는 점점 스러지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시간만은
무너진 도시 속에서 유일하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다.
YEN TOWN BAND – 음악이 이끄는 감정의 결
‘스왈로우테일’은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음악 프로젝트로도 유명하다.
CHARA가 직접 보컬을 맡은 YEN TOWN BAND는
극 중 구리코가 이끄는 밴드이자
현실에서도 앨범이 발매되어
일본 대중문화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명곡 **〈Swallowtail Butterfly ~ 아이 없는 날개 ~〉**는
이 영화의 정서를 압축한 음악이다.
절망과 희망, 고독과 연대,
그리고 다시 날고 싶은 마음.
그 모든 것이
그 노래 한 곡에 담겨 있다.
결론 – 국경 없는 도시에서, 마음이 기억하는 이름 하나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는
돈에 의해 구성된 가상의 사회에서
인간성과 정체성이 어떻게 변형되고 회복되는가를
몽환적이면서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도시는 가짜였고,
사람들은 가명으로 불렸으며,
진짜 이름은 묻혔다.
하지만 마음만은 진실했고,
한순간의 온기는 존재했다.
그리고 결국
이야기를 따라가는 모든 이에게 남는 것은
이름조차 잃어버렸던 누군가가,
처음으로 불러준 ‘진짜 이름’에 대한 기억이다.
삶이 무너져도
그 기억 하나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게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다.
『사랑은 국적을 묻지 않는다.
그리고 상실된 마음은 음악으로 돌아온다.』
이와이 슌지,
그는 이 영화 한 편으로
다시 한 번 그렇게 믿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