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보
- 감독: 토드 헤인즈
- 출연: 케이트 블란쳇(캐롤 에어드 역), 루니 마라(테레즈 벨리벳 역), 사라 폴슨(애비 역), 카일 챈들러(하지 에어드 역)
- 개봉: 2015년
- 장르: 로맨스, 드라마
1950년대 뉴욕,
모든 것이 정형화된 시대 속에서,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규범과 규칙 안에서
한 여성이 다른 여성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도, 반항적인 열망도 아닌
자연스럽게 스며든 감정이었다.
‘캐롤’은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사랑이 시대적 억압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 감정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지를
매우 세밀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줄거리 – 우연처럼 다가온 운명적인 만남
크리스마스를 앞둔 뉴욕,
한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누군가는 선물을 고르고,
누군가는 삶의 다음 단계를 고민하며 살아간다.
백화점 장난감 코너에서 일하는 테레즈(루니 마라)는
매일 같은 하루를 반복하며
어느 날인가부터 무언가가 결핍된 삶을 살고 있음을 느낀다.
그녀에게는 남자친구도 있고,
직장도 있고,
사진이라는 취미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이 그녀를 채워주지 못하는 듯하다.
그런 그녀 앞에 한 여인이 나타난다.
우아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 캐롤(케이트 블란쳇).
그녀는 딸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매장을 찾았고,
그저 우연처럼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다.
캐롤의 태도는 자연스러웠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단순한 호의 이상이 담겨 있었다.
테레즈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낀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 정의할 수는 없지만,
그녀가 캐롤에게 선뜻 전화를 걸어도 될지 고민하는 순간부터,
그녀의 인생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캐롤 역시 테레즈에게 묘한 관심을 보이며
자신의 세계로 그녀를 초대한다.
그리고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사랑은 자유로운가 – 시대적 억압과 선택의 순간
‘캐롤’이 특별한 이유는
1950년대라는 보수적인 시대적 배경을 통해
사랑이 단순히 감정적인 문제를 넘어
사회적 규범과 얽히게 되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기 때문이다.
캐롤은 이미 결혼을 했고,
아이도 있는 여성이지만,
그녀의 결혼 생활은 이미 무너진 상태였다.
전남편 하지(카일 챈들러)는 여전히 그녀를 소유하려 하고,
그녀의 감정과 욕망은 이해하지 못한 채
가정을 지키려는 명목으로 그녀를 구속하려 한다.
결국 그는 캐롤과 테레즈의 관계를 빌미로
딸의 양육권을 박탈하려 하며,
캐롤은 사랑과 모성 사이에서
절망적인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한편, 테레즈는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 사랑이 과연 지속될 수 있을지,
그리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감정인지 고민한다.
세상은 그녀가 평범한 연애를 하길 바라고,
그녀의 남자친구 역시 그녀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지만,
테레즈는 점점 더 캐롤을 향한 감정을 인정하게 된다.
결국 이들의 사랑은
사회적 억압과 개인적인 선택 속에서
극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비하인드 스토리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원작 소설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The Price of Salt’
이 영화는 1952년 출간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The Price of Salt’*를 원작으로 한다.
하이스미스는 리플리 시리즈 같은 스릴러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지만,
이 작품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묘사했다.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작품은 동성애 문학의 중요한 작품으로 자리 잡았고,
무엇보다 비극적인 결말이 아니라 열린 결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LGBT 서사와는 차별화되었다. - 흥미로운 점은,
이 소설이 당시에는 클레어 모건이라는 가명으로 출판되었다는 사실이다.
동성애를 다룬 소설이 출판업계에서 금기시되던 시대였기에
작가는 자신의 이름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의 열연
두 배우의 감정 연기는
단순히 대사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눈빛과 작은 손짓만으로도 강렬한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루니 마라는 이 영화로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케이트 블란쳇 역시 전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 1950년대 뉴욕의 완벽한 재현
촬영은 실제 뉴욕이 아닌 신시내티에서 진행되었지만,
당시의 건축, 패션, 자동차, 심지어 조명까지도
1950년대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 필름 촬영 기법과 따뜻한 색감의 톤을 활용해
화면 자체가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진다.
결론 – 사랑은 억압될 수 없는 감정이다
‘캐롤’은 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지만,
그 감정의 본질은 시대를 초월한다.
사랑은 때로 예상치 못한 순간 찾아오고,
그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알기 전에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캐롤과 테레즈의 사랑은
그 누구도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연스럽게 흘러갔고,
그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더 많은 것이 설명되었다.
이 영화는 그저
동성애적 사랑을 그린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하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그들이 다시 마주했을 때,
그 눈빛만으로도
우리는 그들의 사랑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