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택이 옳은가.
모든 것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진정한 정의일까.
혹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소중한 것을 지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일까.
‘킬링 디어’는 이런 질문에 대해 쉽게 답을 내리지 않는다.
이 영화는 불편한 침묵과 기묘한 감각으로,
관객들이 직접 판단하게 만든다.
처음엔 그저 불길한 분위기 속에 천천히 감싸이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도망칠 수 없는 도덕적 딜레마 한가운데 서게 된다.
영화 ‘킬링 디어’ 정보 및 개요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콜린 파렐(스티븐 머피 역), 니콜 키드먼(안나 머피 역), 배리 케오건(마틴 역)
개봉: 2017년
장르: 심리 스릴러, 드라마
흉부외과 의사 스티븐은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졌고,
완벽해 보이는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그는 한 소년 마틴과 묘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마틴은 다정하고 순수해 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위화감을 준다.
그리고 어느 날,
마틴은 스티븐에게 끔찍한 대가를 요구한다.
"당신이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이제 당신도 가족 중 한 명을 희생해야 합니다."
스티븐이 과거에 실수로 마틴의 아버지를 수술 중 죽게 했던 것.
그 이후 마틴은 가족 중 한 명을 죽이지 않으면,
그들 모두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저주 같은 선언을 한다.
처음엔 미신처럼 들리던 말이,
하나씩 현실이 되어가며
가족은 서서히 무너져간다.
이제 스티븐은 선택해야 한다.
가족을 모두 잃느냐,
가족 중 한 명을 희생하느냐.
완벽한 불편함 – 란티모스식 서스펜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불편하다.
어디서 불길한 기운이 시작되는지 모를 정도로,
천천히 긴장감이 쌓인다.
✔ 인물들의 감정이 절제된 대사
✔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정적인 카메라 앵글
✔ 대사와 감정의 미묘한 어긋남
✔ 극도로 불편한 침묵
이 모든 것이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기묘하게 만든다.
관객들은 결코 편안할 수 없다.
특히 마틴 역을 연기한 배리 케오건의 존재감이 엄청나다.
그는 과장된 분노도, 광기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평범하게, 일상적인 말투로 섬뜩한 진실을 이야기할 뿐이다.
바로 그 점이 마틴을 더욱 공포스럽게 만든다.
도덕적 딜레마 – 인간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
영화의 핵심은 결국 선택이다.
스티븐은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명을 희생해야 한다.
그는 가족들에게 선택을 맡길 수도 없고,
자신의 손으로 결정하는 것도 끔찍하다.
이제 관객은 묻게 된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영화는 답을 주지 않는다.
그저 스티븐의 선택을 지켜볼 뿐이다.
그리고 그 순간,
관객들은 영화 속 스티븐만큼이나
극한의 불편함을 느낀다.
비하인드 스토리 – 그리스 비극에서 시작된 이야기
✔ ‘킬링 디어’는 고대 그리스 비극 **‘이피게네이아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 아가멤논이 실수로 신의 분노를 사자,
그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희생시켜야만 했던 이야기와 구조가 비슷하다.
✔ 란티모스 감독은 현대적 감각으로 이 비극을 재해석했다.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
‘킬링 디어’는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평소 외면하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드러내는 이야기다.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
우리는 과연 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영화는 관객이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도록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가장 불편한 선택의 순간을 지켜보게 한다.
이 영화는 한번 보고 끝낼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보고 나서도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