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보
- 감독: 이와이 슌지
- 출연: 마츠 다카코(니레노 우즈키 역), 다나카 유코, 미즈노 미키
- 개봉: 1998년
- 장르: 멜로, 드라마, 로맨스
- 러닝타임: 약 67분
- 배경: 홋카이도 출신 여대생이 도쿄로 상경하며 시작되는 첫사랑 이야기
줄거리 – 봄, 새로운 시작 그리고 작은 비밀
4월.
벚꽃이 흩날리는 어느 날,
홋카이도 출신의 조용하고 내성적인 여대생 니레노 우즈키는
도쿄의 한 대학교에 입학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투른 환경 속에서
그녀는 어딘가 어색한 듯 적응해 나가지만,
그 속엔 말하지 못한 이유와 작은 설렘이 숨겨져 있다.
사실 그녀가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학문도 명성도 아닌,
고등학교 시절 자신이 짝사랑하던 한 서점의 남자 때문이었다.
그는 도쿄의 작은 동네 서점에서 일하고 있었다.
우즈키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그 서점 근처로 이사했고,
그의 얼굴을 보기 위해
굳이 책을 사는 척 서점을 들락거리며
하루하루를 설레는 마음으로 지내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 단순하고 소박한 이유로
시작된 한 사람의 작은 감정을
벚꽃잎처럼 섬세하게 따라간다.
리뷰 – 대사가 아닌 공기로 감정을 전달하는 영화
‘4월 이야기’는
사건이 아닌 분위기로,
갈등이 아닌 공감으로
관객의 마음을 천천히 물들인다.
영화는 오로지 우즈키의 시선과 감정에 집중한다.
그녀의 조용한 웃음,
길게 이어지는 침묵,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그리고 손에 꼭 쥐고 있는 서점 봉투 하나까지.
그 모든 것이
그녀가 얼마나 떨리고,
얼마나 용기 내고 있으며,
그 감정이 얼마나 순수한지를 보여준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늘 그렇듯 장면 하나하나를
음악처럼 리듬감 있게, 시처럼 감성적으로 구성한다.
특히 배경 음악과 사운드 디자인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즈키가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지나가는 장면,
작은 방 안에 앉아 흐르는 음악에 잠기는 장면들은
마치 우리의 첫사랑을 떠올리게 만드는
아련한 장면의 조각들로 남는다.
우즈키라는 인물 – 조용한 강함을 지닌 순수한 영혼
우즈키는 겉보기에 조용하고 소심해 보인다.
하지만 실상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곁에 있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혼자 타지로 상경할 만큼 분명한 의지와 용기를 지닌 인물이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자신의 감정을 쉽게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관객은 그녀의 작고 조심스러운 행동 하나하나에
더 몰입하게 된다.
벚꽃 아래에서 멈춰 선 순간,
책을 들고 서점을 맴도는 발걸음,
고백 대신 책을 선물하는 모습.
그 모든 장면이
그녀가 얼마나 진심으로 한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우즈키의 모습은
현실에서 말하지 못한 감정을 간직하고 살아온
누구에게나 깊은 공감을 준다.
결론 – 사랑은 늘, 이유보다는 계절처럼 다가온다
‘4월 이야기’는
연애가 아닌 사랑 그 자체를 다룬 영화다.
사랑이란 감정은
때로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옆에 있고 싶은 마음 하나로 시작되며
그 시작이 말보다 진실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사랑을 고백하지 않아도,
기억에 남을 수 있다”는 감정의 섬세한 온도를 간직한 채
벚꽃이 피는 계절에 어울리는
가장 잔잔하고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로 남는다.
첫사랑의 감정을 소리 없이 추억하고 싶을 때,
무심한 듯 따뜻한 공기를 느끼고 싶을 때,
‘4월 이야기’는 그 계절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