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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 한석규의 대표작 그리고 다시 없을 로맨스

by 곰돌이아재 2025.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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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 포스터


한여름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내가 꼽는 멜로 영화 TOP 5 안에 자리하고 있으며, 인생 한국 영화 중 하나이다.

허진호 감독의 연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로 대상을 받은 한석규와 심은하의 풋풋한 모습, 그리고 지금은 다시 볼 수 없는 심은하의 독보적인 분위기가 어우러진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감성을 가진 영화다.

이제는 이런 감성을 지금의 영화 제작 환경에서 다시 구현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정보 및 개요

감독 허진호
출연 한석규(정원 역), 심은하(다림 역)
개봉 1998년
장르 드라마, 멜로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진관 주인 정원(한석규).
그의 일상 속에 스무 살의 밝은 주차단속요원 **다림(심은하)**이 나타난다.
그녀와 함께 보내는 순간들은 정원의 삶의 마지막을 빛나게 하는 선물 같은 시간이 된다.

하지만 정원은 다림에게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사라진다.
그리고 결국, 다림은 그를 그리워하며 상처를 입고,
정원은 한 장의 사진처럼 추억이 되어 간다.

영화는 큰 사건 없이 흘러가지만,
담담한 일상 속에서 강렬한 감정의 폭발력을 지닌 장면들이 등장한다.


기억에 남는 장면들

1. 리모컨을 설명하다가 아버지에게 화를 내는 정원

자신이 죽고 나면 혼자 남게 될 아버지.
그에게 남겨질 삶이 조금이라도 편하길 바라며 정원은 리모컨 사용법을 설명한다.

하지만 늘 차분했던 그가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화를 내며 방을 박차고 나간다.

그 순간, 떠나는 자의 슬픔과 울화, 남겨질 가족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변하지 않는 운명에 대한 답답함이 한꺼번에 밀려든다.

정원이 나가고 난 뒤, 말없이 리모컨을 다시 집어 들고 작동법을 따라 해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더욱 먹먹하게 다가온다.

2. 영정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관을 다시 찾은 할머니

가족사진을 찍는 도중, 우연히 영정사진을 찍게 된 할머니.
밤이 되어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다시 사진관을 찾는다.

"이왕이면 예쁘게 남기고 싶어서."

그 장면은 단순히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할머니, 어머니, 혹은 소중한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을 떠오르게 한다.

나 역시 할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 생각났고,
손자와 사진을 찍기 전 머리를 곱게 단장하시던 그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 장면 하나로,
이 영화가 왜 사람들의 기억 속에 깊이 남아 있는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3. 아무 말 없이 사라진 정원을 그리워하는 다림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며 감정을 쌓아가던 중,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진 정원.

그를 잊지 못한 다림은 사진관을 기웃거리지만,
그곳에는 정원의 흔적조차 없다.

술자리에서 감정이 북받쳐 올라 화장실에서 눈물을 쏟고,
결국 참지 못하고 사진관에 돌을 던지는 장면.

정원이 왜 사라졌는지 알고 있는 관객과,
그 사실을 모르는 다림 사이의 간극이 만들어내는 애절함이 영화를 더욱 깊이 각인시킨다.

4. 마지막 장면들과 한석규의 마지막 대사

영화의 마지막 장면들은 대사가 없다.
그저 흐르는 시간 속에서 정원의 부재를 느낄 뿐이다.

그러나 끝내, 한석규의 마지막 내레이션이 흐른다.

"내 기억 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멜로 영화에서 다시는 볼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깊이 있는 대사.

이 마지막 독백을 듣기 위해,
나는 매년 이 영화를 다시 찾는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

누구에게나 삶 속에 선물 같은 순간이 있다.
정원에게 다림은 생의 마지막에 찾아온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존재였다.

우리는 보통 멜로 영화에서 강렬한 사랑을 기대하지만,
이 영화는 너무나도 담담하게 사랑의 순간이 기억으로 남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래서 더 아프고, 더 오래 가슴에 남는다.

영화 속 정원의 일상과 감정은
우리의 삶과도 닮아 있다.

누구나, 어느 순간, 한 장의 사진처럼 남겨진 사랑을 떠올리게 된다.


지금 다시 이 영화를 보고 싶어지는 이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영화가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가 바로 그런 영화다.

멜로 영화가 넘쳐나는 시대에도,
이 영화가 여전히 한국 멜로 영화의 대표작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이야기의 깊이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각자의 삶 속에도
그와 닮은 사랑과 이별, 그리고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8월.
오래전 찍어 두었던 한 장의 사진을 꺼내보듯,
다시 한 번 이 영화를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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